2025-12-30

빛나줘서 고마워 | 등대학교 송년회

나겨비

“오늘 어떻게 불리고 싶나요?“라는 질문에
“나겨비”라고 적었습니다.

서울숲 나무들 아래 소복이 쌓인 낙엽이
자꾸 눈에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봄에 새로운 형태로 만나요!”
하며 윙크를 찡끗하는 낙엽을 떠올렸습니다.

소멸의 주기 안에
변형과 새로운 시작을 알고 있는 낙엽은
쓸쓸함의 이미지와는 다르게 다가왔고,
귀여운 나겨비 캐릭터가 자연스레 떠올랐습니다.

비가 오는 토요일 아침,
등대들과 서울숲에서 사운드워킹을 했습니다.

“문화, 네가 하는 활동에
내가 도움이 될 게 있을까?”

자유학교에서 만났고
함께 그림책을 읽었던 자벌레(이연경 쌤)가
오랜만에 닿은 연락에서 건네준 말은
“함께하고 싶다”였습니다.
고마운 마음을 넙죽 받았습니다.

그렇게 성사된
최고 전문가와의
“그림책-숲체험-사운드워킹”.

내면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세상의 소리와 연결되는 동안,
흐린 날에도 세상은 더 선명해졌고
한 명 한 명의 존재도
더 또렷해지고 있었습니다.

오후에는 등대들과 송년회를 했습니다.
2025년을 회고하며
정원에 가득가득 꽃이 핀 한 해였음을 깨달았습니다.
계획한 적 없고,
예상하지 못했던 꽃들이었습니다.

삶에 차곡차곡 쌓여가는 것들은 무엇일까요.
어떻게든 흘러갈 것이라는 앎,
감각하고 진심을 선택했던 순간들,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며
흔들림을 지나온 근력들.

그 속에서
나 자신에 대한 믿음,
함께하는 이들에 대한 믿음이
켜켜이 쌓여갑니다.

불을 끄지 않은 채 잠이 들었다가 깼습니다.
문득, 하루가 낙엽처럼 졌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오늘도 내일의 양분이 될 거야.
굿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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